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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2021.02.22. [칼럼/네이버법률판] 블랙아웃과 심신상실·항거불능
  • 작성자
  • 매체팀 2021-03-26 15:18:05
법률뉴스 글: 이승혜 변호사

블랙아웃과 심신상실·항거불능

프로파일 법률N미디어 ・ 2021. 2. 22.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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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사진=게티이미지

준강간죄, 준강제추행죄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 추행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이다. 피해자가 부축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던 경우 통상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로 인정된다.

스스로 보행하거나 어떠한 행동을 하고 대화를 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태, 즉 소위 ‘필름이 끊겼다.’라고 하는 상태는 심신상실·항거불능으로 보지 않는 것이 기존의 판례였다.

그런데 최근 피해자가 의식 있는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준강간,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세 남성 A가 18세 여성 B를 모텔로 데려가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1심은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B가 부축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촬영된 모텔 CCTV 영상, B가 만취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는 목격자 진술 등이 무죄의 근거가 됐다. 항소심은 B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B가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이 없는 상태였다면 준강간, 준강제추행죄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라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판례에 대해 수많은 언론들이 “대법원이 ‘블랙아웃도 심신상실·항거불능’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보도했으나, 판례의 정확한 취지는 ‘앞으로는 블랙아웃도 심신상실·항거불능으로 본다.’가 아니라, ‘블랙아웃이라 하여 무조건 심신상실·항거불능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라는 취지이다.

대법원은 위 사례에서 B가 A와 성적 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B가 10대 후반 여성이었던 점, A와 B가 당일 처음 만난 사이인 점, B가 당시 겨울임에도 외투를 입고 있지 않았고 아무 소지품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자신이 어디에서 술을 마셨는지도 알지 못해 A가 B의 외투 등을 찾기 위해 빌딩 2층부터 5층까지의 술집들을 함께 둘러본 점, B가 어느 호프집에 들어가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잔 점, A가 B를 깨우자 B가 하지 말라고 하며 바닥에 침을 뱉은 점, 모텔 영상을 보면 B가 혼자 걸을 수는 있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발을 헛디뎌 휘청거리거나 벽에 등이나 머리를 대고 서있는 점, 신고를 받은 경찰이 모텔방에 들어갔을 때 B가 상의를 모두 벗고 치마만 입고 자고 있는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B가 A와 모텔에 가서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경험칙상 사람이 술에 취할 경우 이성적 사고능력이 다소 제한되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하면,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응하지 않았을 성관계라고 하여 취중 성관계가 반드시 고소인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례도 다수 있다.

또한 고소인의 성관계 동의가 정상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피고인이 이와 같은 사정이나 고소인의 본심을 알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라는 판례도 다수 있다.

고소인이 술에 취해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을 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고소인이 술에 취해 정상적인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임을 피고인이 이용한 것인지, 매번 다양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


글: 이승혜 변호사

2019년 2월, 13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 새로이 출발했다.

성폭력 분야 대검찰청 공인전문검사로서 오랜 기간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며

조금만 더 잘 알고,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성폭력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사례들을 많이 목격했다.

성폭력·성범죄 전문가로서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모두의 행복을 지켜 주고 싶다.

 https://blog.naver.com/naverlaw/22225202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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